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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reams Come True - 부제 : 선배의 보은
    자취생 라이프 2023. 9. 1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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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별나게 후배를 챙기는 학교를 나온 탓에 1학년 3월은 지갑 없이 학교를 다녔다.

    그리고 또 유별남을 전하기 위해서 2학년 직전 겨울방학은 꼬박 아르바이트로 후배들 식비를 벌었다.

    겨우겨우 벌어낸 100만원으로 다시 후배들의 3월 식비를 책임졌다.

    밖에서 보면 유난스러울 정도로 학연에 연연하는 학교에 다니면서 내부인이었던 나는 참 고마웠다.

    가족 하나 없는 타지에서 비록 한번의 식사였지만 따뜻했다.

     

    얼마전 학교 가을 축제가 열렸다.

    축제가 끝나면 학교 인근 식당을 하루 꼬박 대관해 후배들 밥 먹여 주는 학교 전통이 있다.

    코로나로 2년을 못했던 축제가 지난주 성황리에 끝나고, 흥에 겨운 후배들은 선배들이 대관한 식당에서 술과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당연스럽게 선배들의 밥결제 후일담들이 학교 커뮤니티에 속속 올라왔다.

    축제가 끝나고 학교 응원복을 입고 인근 식당에서 밥을 먹는 후배들에게 85학번 선배님이 식사를 결제해주었다는 이야기,

    2년만에 하는 소리통에 모두들 뻘쭘하게 얼어있었지만 따뜻하게 지켜봐준 선배님 이야기,

    단지 같은 학교라는 이유로 참 따뜻하다.

    학교를 다니면서 나는 이런 경험은 없었지만, 꼭 돈버는 직장인이 되면 나도 언젠가 그런 선배가 되고 싶었다.

     

    나에게도 기회가 왔었다.

    대학생활 2년을 보냈던 학회 후배들이 한국 대표 프로젝트를 뽑는 자리에서 1등을 했다는 소식이었다.

    내가 활동한 2년간은 예선 탈락, 2등 정도의 성적이었고, 우리 학교에서 학회가 시작한 이래로 1등은 해본적이 없어서 소식 만으로도 마음이 두근거렸다.

    다음 대회는 세계대회로 한국 대표로 출전하게 되었는데 해외에서 진행되는 대회 일정 탓에 교통비, 활동비가 300만원 정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사실 나는 비영리 섹터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기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다. 

    강요에 의해 종종 하긴 하지만 마음이 동해서라기 보다는 애원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그냥 주는 정도다.

    기부금처리도 안되고, 내가 준것도 모를테지만 마음이 동했다.

    10만원을 부쳤다. 

    큰돈은 아니었지만 뿌듯했다.

    그리고 오늘 그런 마음들이 모여 목표액이었던 300만원을 넘어 400만원이 모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친구들도 학교를 떠올렸을 때 따뜻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사실 내가 400만원을 내준것도 아니고 고작 몇분의 일일 뿐인데 내 마음도 따뜻했다.

    근 1년 내 가장 보람되게 쓴 돈이었다.

     

    누군가는 흉볼지 모르는 학교 전통이 그 친구들에게도 닿기를 바란다.

    또 언젠가 만나게 될 후배 친구들 밥값을 계산할 날이 오길 바라며,

    내년 이맘때는 그 친구들이 출몰할만한 곳에 나타나봐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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