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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수린이 일기 마지막!자취생 라이프 2023. 1. 26. 16:12반응형
내 3개월 수영이 끝이 났다. 사실 1월 초에 끝이 났지만 이제서야 쓰는 마지막 수영일기다.
호기롭게 시작했던 3개월 수영은 자유형도 제대로 못하고 끝이 났다! 물론 자유형, 배영, 평형 발차기 까지 배웠지만 3개 중에 1개도 할 줄 모른다ㅋㅋㅋ 그래도 3개월 전이랑 비교해서 발전이라고 하면 물이 조금 덜 무서운거, 이제 얼굴을 물에 담글 수 있게 된점, 엎드리거나 누워서 뜰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자유형을 멋지게 해내는 분들을 보면 아주 질투가 나지만 내 운동신경과 용기는 그 정도니까 인정하기로 했다. 수영가기 싫어서 맥주 마시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달이 끝났다니! 스스로가 아주 대견하다.
못하는 일은 죽어도 하기 싫은 사람인데 3달 꾹 참고 다녔다니 아주 장하다!
이로써 2022년 도전병이 끝이 났다. 1년에 한번씩 도지는 내 도전병이 내년엔 뭘 시작하게 할지 벌써 두렵다. 그래도 3달 동안 남들 다되는게 안되서 짜증도 나고, 그래서 유튜브로 열심히 공부도 하고, 그러다 뭐 하나 되면 기쁘기도 하고 나름 재밌었던 순간들이었다. 낯가림 맥스였던 내가 낯선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친구가 되는걸 경험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본의 아니게 살이 쭉쭉 빠져서 주변 사람들의 걱정을 샀던 것도 재밌는 경험이었다. 수영의 ㅅ도 모르던 내가 수영을 해봤냐고 질문할 수 있게 된 것도 좋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경험해본게 많을 수록 역시 대화의 폭은 넓어진다. 그리고 게으른 나를 부지런하다고 포장하게 해줬던 것도 재밌었다. 고작 일주일에 두번, 그것도 물장구 치고 오는 것이라 다름 없었던 3개월이었지만 누군가에게 말했을땐 아주 부지런한 사람처럼 보이는 것도 좀 아이러니였다. 이게 퍼스널 브랜딩인가ㅋㅋㅋ
나한테 수영은 일종의 수련이었다. 학창시절 시키는대로 공부해서 꽤 좋은 성적을 냈고, 남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는게 수월하고 익숙했던 삶을 살았던 나에게 되지 않은 일을 붙잡고 인내하는건 어려운 일이었다. 공부를 잘하는건 재능이라 생각하고 운동을 잘하는 것도 재능이라 생각한다. 운동에는 재능이 없는 내가 해도 안되는 일을 마주했을때 좌절감은 엄청났다. 대다수는 어렸을때 겪어야 하는 경험을 수월하게 피해 다니다 마주한 것이다. 좋은 대학을 나온다는건 남들에게 나의 능력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12년간 노력으로 성인이 된 나는 나의 능력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에 많아졌고, 다행스럽게 남들만큼 성과를 내는데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았다. 나름 안전한 온실 속에서 살았던 세월이 바람을 더 매섭게 느끼게 했다. 지난 3개월은 그래서 나에게 수련의 시간이었다.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화내고, 우울해하고, 슬퍼하면서 포기하고 인정하는 법을 배운 시간이었다. 이제 왠만한 경험에는 놀랍지도 않은 내게 아주 오랜만에 내 다채로운 감정이 여전히 나타나는구나 지켜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괜찮은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다잡기도 했다. 무언가를 잘 못하는건 내가 실패했다는게 아니라는 걸 몸소 느꼈던 3개월이다.
여튼 다시 하겠냐고 하면 선뜻 예스라고 하기 어렵겠지만,
언젠가 내가 용기가 다시 생기는 날에 다시한번 수영장을 등록하고 싶다.
첫날 수영을 처음 배운다는 거짓말과 함께 왕초보반 에이스가 되는 날을 꿈꾸면서 잘있어라 수영장아!!!반응형'자취생 라이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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