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핌피바이러스통해 생애 첫 고양이 임시보호&입양 보낸 이야기 - 2. 한달 간의 임보 끝, 잘가 밤비우리집 털복숭이 2023. 3. 6. 16:21반응형
앞선 글에 이어서 써보자면 핌피바이러스는 굉장히 체계적이었다. 조건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밤비를 임시보호하면서 맺었던 계약 조건은 치료비 - 보호소 지원, 사료, 모래 - 구조자님 지원이었다. 이 내용들을 모두 기재해서 3자가 계약서를 작성했고, 나는 1년 6개월간 밤비를 임시보호 하기로 했다. 왜 1년 6개월이냐 함은 우리집 계약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일단 2년을 기준으로 말씀드렸었다. 임시보호자 입장에서는 한결 마음이 가볍다. 물론 내가 경제적으로 힘든 건 아니지만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는 친구들이 생긴 기분이었다. 또 임시보호를 종료하고 싶으면 3달 전에 말씀드리면 다른 임보처를 구해주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밤비가 이미 여러 임보처를 전전했기 때문에 꼭 우리집에서 입양 갔으면 했다.
밤비는 진심으로 사랑둥이였다.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잘때는 팔베게를 하거나 배위에 올라와서 자거나, 어디 한군데는 몸을 맞닿아 있으려고 했다. 사실 처음에는 적응이 안됐다. 밤비는 거의 3키로에 육박하는데 갑자기 배위에 올라오면 억 하는 소리가 났다. 나중에는 잘 절충해서 골반 밑에 앉아서 자곤 했다. 또는 내가 몸을 틀어서 팔베게를 해주는 걸로 합의를 봤다.
자고 일어나면 옆에 앉아서 꿈뻑꿈벅 쳐다봐주기도 하고, 잘잤냐고 물어보면 골골송을 불러주기도 한다.
내가 아주 잘체하는 편인데 가끔 저녁에 체해서 약먹고 쇼파에 앉아있으면 좀 서글픈 기분이 드는데 밤비가 옆에 앉아있어주니까 마음이 따뜻했다. 사실 내가 밤비를 보호했다기 보다는 내가 밤비한테 위로를 많이 받았다.
항상 외롭고 심심해서 발악하던 주말도 엉뚱한 밤비를 보고 있으면 시간가는 줄 몰랐다.
특히 사냥놀이 마니아라 2시간씩 놀아줘도 전혀 지친기색이 없는데 사실 내가 먼저 지쳐서 사냥놀이 해주다 낮잠자고 일어나서 사냥놀이 해주고를 반복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 물 갈아주고, 화장실 청소해주고, 밤비랑 놀아주고, 구석구석 안들어가는데가 없으니 청소도 하다보면 주말이 부족했다.
외로울 틈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충만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스러운 친구라 사실 뭘 하지 않고 보고만 있어도 엔돌핀이 솟구쳤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홍보를 정말 열심히 했다.
https://www.instagram.com/ggaebi_park
(이제는 깨비-두번째 임보 후 입양한 내시끼-계정이 된 인스타)
사실 인스타그램 홍보라기 보다는 나 혼자 보기 너무 아깝게 예쁜 모습이 많아서 거의 매일 같이 업로드를 했다.
우리 밤비 예쁜거 다같이 보라며!
그때문인지 밤비가 내 생각보다 일찍 내품을 떠나게 됐다.
1년 6개월을 생각했던 임보기간은 한달만에 끝이났다.
온갖 고양이 물품을 당근에 관심목록으로 지정해두었는데 다 가져오기도 전에 끝이나버렸다.
입양 신청서가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굉장히 고민을 많이했다.
그냥 내가 키우면 안되나. 나는 정말 못키울까. 스스로에게 엄청나게 물었다.
그런데 난 아직 준비가 안돼있었다. 그 질문에 바로 키우겠다는 대답이 안나왔다. 그거부터 글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처음 고양이 입양을 망설였을 때처럼, 혹시 다음 집도 월세 또는 전세로 가게 되었을 때 고양이를 반대하는 임대인이 많은 점, 그리고 아픈 고양이를 곁에서 꿋꿋이 지켜볼 수 있을지, 고양이별로 떠났을 때 의연할 수 있을지.. 아직 이 질문에 나는 답을 못했다. 그래서 보내기로 했다.
입양자님께서 지난주 집에 들러 밤비를 보고 가셨다. 밤비 상태를 보러온게 아니라 갑자기 다른 곳으로 가면 놀랄까봐 미리 와서 냄새도 맡게 하고, 놀아주러 오셨다. 입양자님은 고양이를 10년넘게 반려하신 분이다. 나보다 고양이를 훨씬 잘알고, 밤비가 갈 곳도 우리집보다 넓고 좋았다. 캣타워, 캣휠, 장난감 등이 종류별로 구비되어있다고 한다. 곧 결혼을 하실 예정이라 집도 훨씬 넓다고 한다. 결혼하게되실 분도 새로운 고양이를 데려오는 일에 굉장히 적극적이시고 신경쓰고 계신게 느껴졌다. 밤비 눈도 전혀 개의치 않아하셨고, 어차피 나이들면 눈 잘 안보이게 되는데 조금 먼저 안보이게 된거라 생각하죠 뭐 라고 말씀하시는데 나보다 나이는 어리셨지만 단단함이 느껴졌다. 발톱도 톡톡 거침없이 깎으시고, 밤비가 앙앙 무는 것도 단번에 제압하시는걸 보니 나보다 훨씬 잘 키우실거라 생각한다. 한달 경력을 어디 10년과 비교하겠느냐마는..!
밤비는 이제 "하루"라는 이름으로 살아갈 것이다. 하루하루 행복하고 즐겁게 살라고 입양자님께서 지어주셨다. 뜻이 너무 예쁘다.
그래서 이번주는 굉장히 슬픈 한주가 될거 같다. 물론 기쁘기도 하고!
전 임보자님이 이제는 임보를 그만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무슨 마음인지 알거 같다. 정말 짧은 한달이었지만 이렇게 정이 많이 들었는데 구조자님은 약 먹이고 병원 데려다니시면서 살린 고양인데 얼마나 더 애틋할지 감히 상상이 안간다.
앞으로 내 주말과 저녁은 하루가 없는 허전함으로 당분간 헛헛할거다. 그치만 나보다 더 능숙하고 좋은 평생 가족을 만난 것이니 조금만 슬퍼하고 인스타로 열심히 염탐할거다.
이별은 어떤 형태든 항상 슬프다.반응형'우리집 털복숭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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