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임보를 망설이는 분들께 전하는 이야기! 입양도 어려운 일이지만 임보 역시도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다. 한 생명을 돌보는건 똑같은 일이니까 말이다. 이 게시물로 고양이 임보 검색으로 이 게시물까지 닿으신 분들이 계셔 도움이 될까 몇자 적어본다.
임보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는 많다. 나의 경우는 1인가구라 외출시 돌볼 사람이 없어서, 집이 좁아서, 나보다 더 좋은 임보처가 있을거 같아서 내 환경이 과연 그 친구들에게 행복할까라는 고민이 다들 들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임보를 하고 입양을 보내면서 느낀점은 그런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거다. 물론 다른 집에 가면 여기보다 행복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건 “생존”의 문제다. 당장 임보처가 구해지지 않으면 안락사의 위기, 방사의 위기에 놓인다. 다수의 개체가 모인 곳이다보니 전염병이 돌면 면역력이 낮은 친구들은 죽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보호소의 관리 인력도 한계가 있다보니 다수의 고양이들은 애정을 나누어 받는다. 혹은 전혀 받지 못한채 방치된다. 마지막으로 보호소에서는 한장의 사진으로 아이들의 생사가 결정된다.
그래서 애기들에게 임보는 무조건 좋은 환경으로 옮겨 오는 것이고, 생명을 연장하는 일이고, 빈 보호소 방으로 새생명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집에서는 임보 아가만 집중적으로 예쁜 사진도 많이, 여러 각도로, 여러 조명과 날시로 잔뜩 찍어줄 수 있고, 예절 교육도 해서 사람 친화적인 강아지, 고양이가 된다면 입양의 기회도 훨씬 넓어진다. 임시보호는 한마리 고양이를 살리는 일이 아니라 두마리, 아니 더 많은 고양이를 살리는 일이다.
그러니 내가 부족할까봐라는 고민을 하고 계신 예비 임보자님이 계시다면 망설이지 말라고 전해드리고 싶다. 그 고민을 하고 있다는거 자체가 아주 충분한 자격이시니까 말이다. ✅ 핌피에는 여전히 임보처와 입양처를 찾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https://www.pimfyvirus.com/search/02/
핌피바이러스와 임보 이전 글에도 썼듯이 행복주택으로 옮기면서 동물과 함께 사는데 제약이 없어지면서 핌피바이러스를 통하 임시보호를 시작했다. 내 첫번째 임보 고양이 밤비는 눈이 아픈 친구였지만 한달만에 아주 좋은 집으로 입양갔다. 밤비가 가기 몇일 전부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내가 버린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가서 잘 적응은 할까, 입양자님들은 좋은분이실까 별별 걱정을 해가면서 입양을 못하는 아니 안하는 나 스스로에게 속상했다.
두번째 임보고양이 깨비 그렇게 밤비를 보내고 한달도 안됐을때 깨비를 임보하게 됐다. 핌피 담당자님이 임보 후보 고양이 리스트를 보내주셨는데 사실 깨비 사진빨 안받는 냥냥이라 원픽은 아니었다ㅋㅋㅋ 그런데 당장 오늘 임보처를 못구하면 방사된다고 해서 우리집 한켠을 내주기로 했다. 깨비는 사람이랑 한번도 살아본적 없는 길냥이었고, 그조자님도 고양이를 키워본적 없는 분이셨다. 초보집사들 조합에 아주 혼돈의 나날이었다. 고양이라고는 밤비 한달 같이 지낸게 전부인데 순화안된 고양이가 집에 온다니 정말 걱정이었다. 구조자님도 깨비를 한번도 만져본적도 없다고 하셔서 더 멘붕이었다..! 병원에서 중성화하고 3일 지냈던데 사람손 탄 전부인 친구였다.
첫 만남은 동물병원? 깨비를 처음만난 곳은 동물병원 이었다. 택시를 타고 오는 길에 깨비가 3일간 쉬를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압박 배뇨라도 하고 가는데 좋은 거 같다는 구조자님 의견을 따라 집근처에 있었는지도 몰랐던 야간 진료 병원에 가게되었다. 덕분에 지금도 그 병원으로 잘 가고있다.
초음파를 보니 약간 슬러지가 있어 압박배뇨가 위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들었는데 또 다른 낯선 장소인 병원이 무서웠는지 소변 실수를 했다. 오히려 다행이지 뭐 대신 하반신에 오줌 범벅을 해서 집에왔다. 중성화 때문에 넥카라를 하고 있어 그루밍을 할 수 없었고, 중성화, 접종, 장소변화 때문에 스트레스일거 같아 펫 티슈로 닦아줬다. 다행히 깨비는 애교로 맘마를 얻어먹은 다정한 고양이라 잘 참아줬다. 일주일이 지나면 목욕을 시킬 수 있다고 해서 정말 일주일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ㅠㅠ 사실 일주일 뒤에도 물로 목욕하는건 힘들거 같아서 노워시샴푸로 발라주고 닦아주고를 반복했다. 그래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고양이 쉬냄시…
고양이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복막염 진단.. 내가 너무 깨비를 괴롭혔던걸까 잘 먹던 고양이가 간식도 거부하고, 잠자는 시간이 늘고, 그루밍도 안해서 왕눈꼽을 달고 사는걸 보고 뭔가 이상하다는걸 느꼈다. 고양이 경험이 없어서 주변 집사들한테 물어봤는데 고양이는 원래 많이 잔다는 답변 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내 느낌이 그랬다. 뭔가 달랐다. 더 지켜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반차내고 병원을 방문했다. 피검사, 초음파 결과는 신장 벽이 좀 두껍다는 점, 염증수치가 높다는 점..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꺼낸 이야기는 건식 복막염일 수도 있다는 진단이었다. 나중에 복막염 마스터가 되가면서 알게 된거지만 복막염은 진단이 어렵다. 습식 복막염이면 그나마 흉복수가 차는 거라도 볼 수 있지만 건식은 다른 질병일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키트 검사도 정확하지 않아서 사실 건습식 관계없이 진단이 어렵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진단겸 투약을 해보는 것이다. 반응이 좋은 고양이는 투약 하루만에도 호전이 된다. 깨비 이야기다. 사냥놀이에는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치료를 결심하고 밤 늦게 약을 구해 먹인 다음날, 놀랍게도 사냥놀이에 반응을 했다. 사냥놀이 한다고 울면서 구조자님께 연락드렸던 밤이 아직도 생생하다. 복막염 치료는 비싸다. 병원에서 한다면 약값은 몇배가 더 비싸지고, 거기에 입원 치료를 더하면.. 같이 치료하셨던 분 이야기를 들어보면 중형차 한대 값은 훌쩍 넘게 들었다고 한다. 다행히도 호들갑 집사 둘의 화력으로 저렴한 경구약을 구할 수 있었고 백만원 내외에서 12주 치료를 마칠 수 있었다. 물론 이건 깨비가 효묘라 츄르에 끼워준 약을 홀랑 홀랑 잘 먹었고, 변비는 있어도 설사는 없는 강철 위장이라 가능했다. 상태가 더 좋지 않거나 소화기에 문제가 있는 경우 주사제 치료를 더 많이하는거 같았다. 2-3년 전과 비교했을때 약은 먹이기 편하게 작아졌고, 약값도 반값에 가까울 정도로 싸졌다고 한다. 아직 국내에 허가가 나지 않은 약이라 중국 카피약을 알음알음 구할 수 밖에 없어 약 안정성이나 효능을 확답할 수 없어 두렵고 답답했지만 그렇다고 손놓고 가만히 있을 수 없으니 리스크를 안고 일단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깨비 복막염 진단 받고 약 구하기를 마음 먹은 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이별이 두려워서 입양을 망설였는데 임보도 다르지 않다는걸 미처 몰랐다.
여튼 깨비는 치료 3달, 관찰기 3달을 지난 민간 고양이가 된지 한달째다!
입양을 마음먹었던 계기 헤어짐이 두려워서, 아직 주거가 안정되지 못해서, 앞으로 결혼을 할지, 아이를 낳을지 내 상황 변화를 확답할 수 없고 혹시나 그 상황에서 입양을 후회할까봐
갖가지 이유들로 입양을 망설이던 내게 집사 친구가 해준 말이 큰 용기가 됐다.
대체로 만족하면 돼 100% 만족하는 선택은 없잖아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거 같았다. 사실 내가 언제 한번이라도 100% 행복을 확신 하면서 했던 선택이 몇번이나 될까? 30년 넘는 인생에 후하게 쳐줘도 열손가락 안에 들거다. 대체로 행복한 선택을 하는것도 얼마나 기쁜 일이지 잊고 있었다. 대체로 행복을 줄 수 있다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도
깨비를 만나서 내가 준것보다 받은게 많다. 일과 삶의 분리를 10년째 못하고 있는 직장인에게 집에 오면 보드라운 털로, 예쁜 목소리로 모든걸 잊게 해준다. 10년간 시도했던걸 깨비는 단박에 해낸다.
너무 긴 주말은 심심해서 꾸역꾸역 약속을 잡아 밖에서 시간을 때우던 시간이 깨비랑 늘어지게 누워있을 수 있을 수 있어 기다려지게 됐다. 잘 체해서 새벽마다 바닥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나를 자다 깨서 어리둥절하게 쳐다보는 모습이 귀여워서 내 모습이 처량한가 싶다가도 피식하게된다. 매일매일 물을 갈고, 깨비 식기를 설거지하고, 화장실을 치우고, 바닥에 흩뿌려진 모래와 털을 치우면서 혼자 살때보다 부지런한 삶을 살고 있고 이전보다 깨끗한 집에서 살고 있다. 일하다 힘들땐 씨씨티비 속 깨비를 훔쳐보면서 한숨 돌린다. 가끔 요상한 자세랑 표정으로 자고있으면 웃음이 난다. 따끈하고 보송한 생명체가 내 몸에 푹 기대면 기분이 좋다. 일상의 90%가 깨비 덕분에 행복했다.
혹시 먼 미래에 오늘의 입양을 후회할지도 모른다. 가령 배우자가 될 사람이 고양이 알러지가 있다거나, 양육에 지쳐 육묘가 버거워졌을때
그래도 이제는 자신할 수 있다. 나는 대체로 행복할거다. 깨비 덕분에 힘들 수도 있지만 더 행복할거다.
얼마전 집을 샀다. 깨비랑 쫒겨날 걱정 없이, 이사갈 걱정 없이 오래오래 살 곳을 마련했다.
혹시 며칠 여행이라도 가고싶을땐 얼마전 이용한 펫시팅을 이용할 생각이다.
자율배식은 안해서 야근때마다 걱정이 많았는데 이제는 자동급식기가 밥도 척척 내준다.
병원비, 사료, 모래, 습식, 장난감 등등 매월 엄청나게 돈이 들지만 나는 아직 젊다. 먼 미래에 깨비 병원비를 위해 저축도 열심히 할거다. 일을 열심히 해야할 동력이랄까😌
이렇게 내 임보는 임종까지 보호로 끝났다! 깨비 대학교 가고 취직할때가지 오래오래 건강하게 서로 곁을 내주면서 지낼거다.